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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현대사의 한 부분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보고 싶지 않고 들추어보고 싶지 않은 소시민의 고민을 소설이라는, 그것도 엄청난 노벨문학상의 이름으로 화제성을 몰고와 이렇게 소설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또 보게 합니다.
현대사는 구한말 조선시대 역사만큼이나 직시하기 힘든 부분이 가득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그 사건들은 마치 나와는 상관없고 지금 우리시대에는 그런 역사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고, 사실 앞으로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잠시 멈추어서 그래서는 안된다고 얘기하고 있음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입니다.
아마도 노벨문학상이 아니면 나는 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읽었습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뭔가를 말하고 끊임없이 생각을 유도하여 가치관을 헤집고 들어오려는 틈을 저는 싫어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소설을 멀리하게 되죠.
음, 나는 소설과 맞지 않아. 그냥 철학책이 참 좋다, 아니면 이미 훨씬 지난 시대의 다른 나라 역사도 좋고 한국은 조선 후기 정조때까지만 좋아하기로 하자 선을 긋는 독서로 남자했는데.
그렇지만 한국에도 살아 생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이 가까이 있는데 어찌 안읽을 수가 있을까 이미 알고 있는 잔인한 내용을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하기도 했고.
결론은 마음아픈 역사를 조금은 직면했다 정도로 끝을 맺고 싶습니다. 제목과 참 어울리는 마음아픈 책입니다. 작별하지 않는다 여운이 깁니다. 이래서 소설로 들어가기 싫었나 봅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정리해봅니다.
- 이제 곧 내가 다시 걸어들어갸야 할 , 영원처럼 식지 않는 열대야의 거리를 채우며.
- 그럼, 나야 똑같이 지내지 너도 잘 지내, 그런 결절의 시간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는데, 이제 와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도 되는 걸까.
- 제대로 들여다볼 수록 더 고통스럽다는걸?
- 이 눈보라에 비하면 서울의 눈은 얼마나 고요했던가
- 강풍이 먼 바다의 먹구름을 훝을 때마다 햇빛이 수평선으로 떨어진다. 수천수만의 새떼같은 눈송이들이 신기루처럼 나타나 바다위를 쓸려 다니다 빛과 함께 홀연히 사라진다.
- 잠들고 싶다. 이 황홀속에서 잠들고 싶다. 정말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 그게 멈춘 게 언제였을까, 나는 생각한다. 내가 건천으로 미끄러지지 않있다면 그 전에 물을 먹일 수 있었을까, 그 순간 제대로 길을 택해 내쳐 걸어왔다면, 아니, 그전에 터미널에서 더 기다려 산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탔다면
- 몇 시가 후면 아마는 얼어붙을 거다, 2월이 올 때까지 썩지 않을 거다, 그러다 맹렬히 썩기 시작한다. 깃털 한줌과 구명 뚫린 뼈들만 남을 때까지
- 가지째 떨어져 있는 커다란 잎사귀들, 거인의 관절들처럼 구부러져 돌출된 뿌리들, 새어들어오노 햇빛이 땅에 그린 고요한 무늬들 사이로, 계속해서 흙이 부스러지는 발소리와 함께 화면이 이동했다.
- 작별인사만 하지 않는거야, 정말 작별하지 않는거야?
- 미루는거야, 작별을? 기한없이?
- 꿈 속에서 문득 다른 꿈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 같은 정적이다. 더이상 촛불이 흔들리지 않는다. 파르스름한 씨앗같은 불꽃의 심부가 내 눈을 응시하고 있다.
- 다만 그녀가 영화를 그만둔 이유를 짐작하려 할 때마다 그날이 떠올랐다. 당혹과 호기심과 냉담함이 섞인 진행자의 태도와 객석의 어리둥절한 침묵, 진실만 말해야 하는 저주를 받은 듯 천천히 말을 어어가던 인선의 얼굴이.
- 얼마나 더 깊이 내려가는 걸까, 나는 생각한다. 이 정적이 내 꿈의 바다 아랜가.
- 무릎까지 차올랐던 그 바다아래 쓸려간 벌판의 무덤들 아래.
- 돌아가자, 나는 말했다. 다음에 오자, 눈 그치고 다시.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인선이 말했다. ....다음이 없을 수도 있잖아,
- 어느순간 부터 엄마는 나를 동생이나 언니로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을 구하러 온 어른이라고도 믿지 않았고, 더이상 도와달라고도 하지 않았어, 점점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 가끔 말한다 해도 단어들이 섬처럼 흩어졌어,
- 자료가 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나걌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빡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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