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동숭동은 젊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 활기차다.

동숭동과 낙산 공원은 같은 권역이지만 동숭동은 젊음의 거리로, 낙산공원 근처는 상대적으로 그보다는 약간 나이있는  분들이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곽이 있는 길을 걷다. 

한 무리의 학생들도 보이고 동네분들로 아닌듯한 모습의, 홀로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일행이 있어도 좋고 혼자라면  더 좋다 

코로나 이후에 홀로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성곽을 보고 싶으면 그저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한때는 서울에 살았던 적도 있었는데, 사는곳이 많은 것을 바꾸는지 서울이 이제는 낯설다.

올라가니 남산타워 동숭동 서울대의대 성신여대 한성대 흥인지문이  보인다 .

전망대처럼 확 트인 곳에서 익숙한 장소들을 보니 낯섦에서 반가움 그리움 아련함 여러 감정들이 스친다. 

살아왔음의 향기다. 

 

언제 다시 오면 야겅을 보고싶다. 

도시의 먼 불빛들이 보석같이 빛나지 않을까 

생각만해도 그 불빛이, 가슴에 와 닿는 이 설렘이 좋다.  

성곽 사이로 보이는 도시는 , 오래된 성곽과 현재의 도시가 함께 만나 멋진 경치 (뷰란 표현보다 경치가 나는 좋다)

를 보여준다. 

옛것을 소중이 다루는 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생기는건 우연이 아니다.  

오르막 길인지 내리막길인지 중요하지 않다

동숭동 골목을 지나서 낙산공원 가는 표지판을 보지 않고 무작정 걷다가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의 영향까지 함께하여 낙원교회근처 쉼터에서  숨을 고른다. 

동네 어르신 한분이 앉으신다. 

외로우신건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분은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딱히 시간에 쫒기는 것도 아니어서 그분의 이야기를 잠시 들었다. 

 

나이는 77세   분홍 립스틱과 하얀머리가 묘하게 잘 어울리신다. 

42세에 혼자되어 자식을 보며 열심히 살았다고 물어보지도 앉은 말을 어쩜그리 잘 하시는지 말을 끊기도 미안하다. 

그분에게 젊은 날로 가면 무엇 하시고 싶으시냐 했더니 "공부:라고 서슴없이 얘기하신다. 

50세가 되면 무엇하시겠냐 했더니 <애매한 나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 나이 되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늙어서 너무 돈이 없으면 초라하다며 젊으면 어떤 것이든

부끄러움 없이 일해야 한다고 하신다. 

너무 구시대적이지만 일리는 있는 말이다. 

쉬었다 가는길에 교훈은 덤이다. 

할머니가 일러주신길로 되돌아 가는길에 고양이 한마리가 마치 이정표처럼 있어서 웃음이 나온다. 

 골목길의 벽이 담쟁이 넝쿨로 가득하다. 초록의 계절임을 실감한다. 이 계절을 잘  버틴후의 담쟁이도 기대된다. 

 

계단에 서서 조금씩 다른 초록의  풍경과 함께하니 ,이 계단이  여름의  절정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곳은 보이는 사람없어 사진을 찍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는데

아마도 인기척이 있었다면 그냥 보기만 했겠지만 ,,,

골목길  빨래줄에 널려있는 색색의 옷가지들과 어우러진 화분들이 

외국의 풍경에 못지 않음으로 내게는 

특별한 계단으로 다가왔다.

내려다 보면서 마시는 커피의 맛은 어떨지 커피의 맛은 뒤로하고, 내려다봐도 올려다 봐도 

아찔하면서도 아름답게 나오는 이 구도와 색상이 마음에 든다. 

화려한 색이 주는 일관된 주제의 작은 고양이 그림들은, 그림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추억과 함께 

개성있는 공간이 되었다. 

저마다의 고양이가 있는 이 곳, 처음 아이디어 낸 사람이  궁금하다. 

앉아서 바라보는 쉼을 , 나는 또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에서 나의 쉼을 본다. 

올라감이 있으면 내려감도 있다. 

내려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르다.

겨울길을 걱정되었는데 몇 십년 된 이길을 끄떡없이 잘 지내고 걷는길에서

인생의 내려감도 잘 버티고 탄탄하기를 소망한다. 

비로소 길을 내려와 만난 달팽이집은 이곳이 이화 마을임을 알려준다. 

집을 지고 가는 껍질있는 달팽이, 지고 있는 짐 없이 적당한곳을 찾아내어  머무르는 민달팽이

그 중간 어디쯤에 나는 서있는 것이 아닐까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